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재추진 발언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덴마크 총리를 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5%포인트 급등했다. 이에 프레데릭센 총리는 다음 주로 조기 총선을 소집하며 3선 도전에 나섰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최근까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 통제 노력을 재점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서방 지도자들이 반트럼프 정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의 주권 위협에 맞서는 전략으로 선거에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자신에게 정치적 활로를 열어줬다는 시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매우 불안정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의 선임 고문이었던 토마스 율담은 "그린란드 위기는 심각했지만, 사회민주당에는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라며 "프레데릭센 총리를 권력 상실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전부터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자국의 모든 포병대와 전투기를 지원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지원을 독려했다.
줄리안 스미스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프레데릭센 총리는 실용주의와 단호함으로 동맹국들을 설득했다"며 "덴마크를 다른 체급의 국가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앤드루 픽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트럼프를 너무 강하게 몰아붙여 합의 도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2019년 41세의 나이로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그러나 재임 기간 중 법적 근거 없이 1700만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한 사건과 국방비 증액을 위해 공휴일을 폐지한 일 등으로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이 하락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성에게 굴복하지 않고 굳건히 맞섰다"며 "미래에는 이런 자세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