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기차 소유주에게 내연기관차 운전자보다 2~3배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추진돼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미국 연방 의회와 다수 주에서 도로 인프라 재원 확보를 명목으로 전기차에 연간 200~250달러(약 29만~36만원)의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일반 내연차 운전자가 부담하는 연방 유류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미국의 연방 유류세는 1993년부터 갤런당 18.4센트로 고정돼 있다. 평균적인 운전자(연간 1만1484마일 주행, 연비 22.3mpg 기준)가 내는 연방 유류세는 연간 약 95달러(약 14만원)에 불과하다.
샘 그레이브스 공화당 하원 교통인프라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은 전기차에 연간 2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평균 내연차 운전자 부담액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연방 정부뿐 아니라 주 정부 차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기관 '아틀라스 EV 허브'에 따르면 현재 36개 주가 전기차 등록 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최초 등록 시 400달러와 매년 2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뉴저지주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250달러의 수수료를 승인했으며, 이 금액은 2028년 290달러까지 매년 10달러씩 인상될 예정이다. 조지아주는 연간 210.87달러를 징수하는데, 이는 주 내 내연차 운전자의 평균 주 유류세 부담액(152달러)보다 많다.
이러한 정액 수수료는 실제 도로 사용량과 무관하게 부과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연간 3000마일을 주행하는 운전자와 2만5000마일을 주행하는 운전자가 동일한 금액을 내기 때문이다. 반면 유류세는 주행 거리에 비례해 부담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대안으로 주행 거리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도 제시된다. 오리건주는 '오리고'(OReGO)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차 운전자에게 마일당 2.3센트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타주와 하와이주 역시 비슷한 주행거리 비례 요금제를 채택했다.
이러한 수수료 부과 움직임은 30년 넘게 동결된 유류세로 인해 고속도로 신탁 기금 재원이 부족해지자, 정치적 저항이 적은 전기차 소유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는 전체 등록 차량의 약 1.4% 수준인 400만대에 불과하다.
일렉트렉은 해당 법안이 7500달러의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 폐지 등과 맞물려, 세계적 추세와 달리 미국의 전기차 보급을 저해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