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세계 다이아몬드 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다이아몬드 10개 중 9개가 세공되는 인도 서부 수랏의 '수랏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텅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보다 넓은 면적에 3억5000만달러(약 5040억원)를 들여 지었지만, 4700개 사무실 중 운영되는 곳은 250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위기는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업계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의 명품 수요가 급감했고, 세계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에 대한 제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상 최고 수준의 금값 역시 다이아몬드 주얼리 수요를 위축시켰다.
특히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인공 다이아몬드의 부상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브라이트코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약혼반지의 거의 절반에 인공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채굴 기업인 드비어스는 지난해 하루 약 150만달러(약 21억6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모회사인 앵글로 아메리칸은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드비어스의 장부 가치를 91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대폭 삭감하고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위기의 여파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덕분에 아프리카 부국으로 꼽혔던 보츠와나는 2년 연속 경제 위축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산업 중심지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 거래액은 2022년 410억달러에서 190억달러로 급감했다.
수랏의 한 다이아몬드 중개인인 디네시 바이 D. 파텔은 블룸버그에 "이번에는 다르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들은 문을 닫거나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라인을 추가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최근 공급이 긴축되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부분적인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비어스는 지난 2월 5캐럿 이상 대형 다이아몬드 가격을 5% 이상 인상하며 시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