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테크인사이츠는 2030년까지 반도체 제조 부문 탄소 배출량이 현재보다 약 3분의 1 증가한 2억47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알제리의 2024년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 탄소 배출원은 전력 소비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데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더 많은 재료를 필요로 한다. 시장조사업체 실리콘애널리츠는 HBM 생산 시 기가바이트당 에너지 소비량이 표준 메모리보다 최대 5배 많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테크인사이츠의 스티븐 러셀 선임 기술위원은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 수요 급증은 반도체 제조 부문의 절대적인 배출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제조업체들이 효율성을 개선하더라도 공정 복잡성 증가와 생산량 확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산업은 이미 전력 수요 급증과 일부 지역의 물 부족 심화 등으로 환경 영향을 비판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총배출량이 2020년 대비 약 25% 증가했으며, 그 원인으로 AI와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꼽았다.

HBM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효율 스크러버 설치 등으로 2021년 대비 2024년 기가바이트당 칩 배출 집약도를 3분의 1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제조 시설을 확장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공정 가스 처리 시스템 설치와 대체 제조 원료 개발 등을 언급했다. 마이크론 역시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직접 배출량을 4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배출 저감 시스템 도입에는 생산 라인당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또한 한국, 중국 등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생산 능력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