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됐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게리 파인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31개 고대 사회를 분석한 결과, 포용적 공동 통치 체제가 과거 생각보다 훨씬 보편적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선거 유무가 아닌 권력 집중도와 시민의 정치 참여도를 기준으로 '독재 지수'를 만들어 각 사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통치자의 권력이 강할수록 독재 지수가 높다고 봤다.

분석 결과, 도시의 건축과 공간 활용 방식이 통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넓은 공공 광장이나 집회 공간이 있는 도시는 민주적 성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라미드 정상의 공간이 매우 좁거나, 모든 길이 통치자의 거처로 향하는 도시 계획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독재적 사회의 특징으로 지목됐다. 거대한 무덤이나 통치자를 실제보다 크게 묘사한 예술품 역시 독재의 증거로 간주됐다.

파인먼 박사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 통치 체제가 폭압적이거나 독재적이었다는 뿌리 깊은 통념이 있다"며 "분석 결과 아테네나 로마만큼 민주적인 사회가 세계 다른 지역에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회의 규모보다는 통치 자금 조달 방식이 체제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광산, 무역로, 전쟁 약탈물 등 통치자가 독점할 수 있는 수입원에 의존한 사회는 독재화 경향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광범위한 내부 세금이나 공동체 노동으로 재정을 충당한 사회는 권력을 분산하고 공유 통치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포용적 정치 체제를 가진 사회일수록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대학교의 데이비드 스타사비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대 세계에 민주주의와 독재가 모두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동 저자인 린다 니콜라스 박사는 "민주주의가 깊고 광범위한 역사적 뿌리를 가졌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