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이 일부 공수표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시킨 의약품 가격 정보 사이트 '트럼프Rx'에 등재된 약품 중 상당수가 영국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트럼프Rx에 올라온 54개 전문의약품 가격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공시 가격과 비교한 결과,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품목이 영국에서 더 저렴했다. 특히 화이자의 관절염 치료제 '젤잔즈',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GSK의 폐 질환용 흡입기 등은 영국 판매가가 67~82% 더 쌌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Rx를 통해 미국 약값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일부 약값이 '300~600%' 저렴해졌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수치상 불가능한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파 성향 싱크탱크인 퍼시픽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웨인 와인가든 의료 경제학자는 트럼프Rx를 "사실상 고가의 할인쿠폰 책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제도가 보험이 없는 현금 지불 환자의 본인 부담 상한선을 설정하는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론 케셀하임 하버드 의대 교수 역시 "트럼프Rx와 최혜국 대우 협상은 강제성 없는 자발적 조치"라며 "대다수 환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놀랍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와 일부 불임 치료제는 상당한 가격 인하 효과를 보였다. 이들 약품은 월 1000달러가 넘던 정가에서 평균 149~35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린다. 노바티스와 로슈 등은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매출과 이익이 최대 13%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앤드존슨(J&J)은 수억 달러의 타격을 예상했으나, BMO 캐피털 마켓의 한 분석가는 J&J의 전체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환자들의 약값을 낮추기 위해 이룬 성과는 그 어떤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것"이라며 정책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