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은행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차입매수(LBO) 관련 대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2년과 유사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JP모건 체이스는 소프트웨어 기업 퀄트릭스 인터내셔널(Qualtrics International Inc.)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약 53억달러(약 7조6320억원) 규모의 부채 매각을 연기했다. JP모건은 향후 몇 주 내에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지만, 실패할 경우 해당 대출은 주관사의 대차대조표에 묶이게 된다.
투자자들은 신규 발행 채권을 외면하고 있다. 대신 이미 시장에 유통 중인 기존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퀄트릭스의 2030년 만기 대출 채권 가격은 2월 초 액면가 수준인 100센트에서 최근 86센트로 급락했다.
젭 슬로윅 미즈호 아메리카의 레버리지 금융 책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규 발행 채권을 액면가 근처에서 사는 것보다 유통시장에서 상당한 할인가에 매수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은행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들은 대출 매각을 위해 금리를 높이거나 발행 가격을 대폭 할인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이 줄거나 원금 손실을 볼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2022년에도 은행들은 약 800억달러 규모의 위험 대출 및 채권을 매각하지 못해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최근에도 딜리버리 히어로, 콘솔리데이티드 에너지 등이 투자 수요 부족으로 당초 계획보다 큰 할인율을 적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켈리 번 마운틴 포인트 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거래는 시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좋은 거래는 더 비싼 가격에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