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높은 집값과 금리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이 주택 구매 대신 임차를 선택하면서 임대 시장까지 연쇄적인 압박을 받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미국인의 평균 첫 주택 구매 연령이 40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주택 구매 여력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34세 카일라 사이먼 씨는 FT에 "집을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며 "하우스 푸어가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는 주택 구매로 소득 대부분이 묶여 저축이나 다른 소비를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카일라 씨와 같은 젊은 세대는 주택 구매에 따르는 수리비 등 추가 비용 부담을 우려해 월 2500달러(약 360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고급 아파트 거주를 택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 대신 주식 시장 투자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주택 구매 수요가 임대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채드 마이어호퍼 리하이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원래라면 주택을 구매했을 고소득 가구가 임대 시장에 머무르면서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시의 임대 공실률은 2%로, 미국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돈다. 베들레헴시 보고서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가 평균적인 방 1개짜리 아파트를 구하려면 임금을 두 배로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액션 베들레헴'의 애나 스미스 국장은 "임대 신청자가 몰리면서 낮은 신용 점수나 퇴거 기록이 있는 이들은 즉시 탈락한다"며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마이어호퍼 교수는 현재의 주택난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건설이 급감한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건설 비용이 증가했고, 원격근무 확산으로 대도시 인구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며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베들레헴시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12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연방정부의 세금 공제와 같은 공적 자금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기관 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윌리엄 레이놀즈 베들레헴 시장은 "주택 가격을 단기간에 낮출 쉬운 해결책은 없다"며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도 정책 추진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