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말기 암에 걸린 반려견을 치료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이는 AI의 역할을 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버지 등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의 기술 사업가 폴 코닝햄은 챗GPT의 도움으로 반려견 '로지'의 맞춤형 치료법을 찾았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로지는 수의사로부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코닝햄은 챗GPT를 통해 면역치료라는 아이디어를 얻고 전문가를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로지의 종양에 맞춘 개인화된 mRNA 백신을 개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첫 주사 후 로지의 종양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일부 종양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코닝햄 역시 "완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치료가 로지에게 더 많은 시간과 삶의 질을 가져다주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일부 외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의학 지식 없는 주인이 반려견의 불치병 치료법을 발명했다'는 식으로 과장돼 퍼져나갔다.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도 가세하며 이야기는 확대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의 역할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우선 로지는 완치되지 않았으며, 맞춤형 백신과 함께 다른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병행 투여해 백신만의 효과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백신 자체는 챗GPT가 아닌 인간 연구자들이 설계하고 개발했다. 챗GPT는 코닝햄이 의학 문헌을 검색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연구 보조원' 역할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호주 퀸즐랜드대학의 데이비드 애셔 교수는 더버지에 "챗GPT나 그록 같은 AI 모델은 문헌 검색, 전문 용어 번역, 작업 과정 제안 등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암 백신을 설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애셔 교수는 로지의 사례가 "일반인이 쉽게 재현할 수 있는 견본이라기보다는, 이례적이고 매우 특수한 가능성을 보여준 증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봇 프롬프트 몇 개가 아닌 상당한 전문가의 노동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앨빈 찬 조교수 역시 "'AI가 만들었다'는 식의 설명은 막대한 인간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AI의 결과물은 인간의 노력 없이는 화면 속 텍스트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코닝햄은 '반려견의 암 종식'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투자자 및 다른 반려견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온라인 설문지를 배포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홍보성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