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이 뇌 속 단백질 응집이 아닌, 핵심 단백질 간의 경쟁 때문에 발생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PNAS Nexus)에 발표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수십 년간 알츠하이머 연구는 '아밀로이드 베타'(a-beta) 단백질 덩어리가 뇌에 플라크(반점)를 형성해 병을 일으킨다는 가설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수천 건의 임상시험은 질병을 막거나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필요한 또 다른 단백질인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주목했다. 타우 단백질의 주요 기능은 신경세포 내에서 물질 수송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구조적으로 타우 단백질과 유사해 미세소관에 똑같이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형광 표지를 붙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관찰한 결과, 타우와 거의 같은 강도로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경세포 내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면, 타우 단백질을 밀어내고 미세소관의 결합 부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세포 내 물질 수송 시스템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줄리안 UCR 화학과 교수는 "우리 연구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미세소관의 동일한 결합 부위를 두고 경쟁하며, 아밀로이드 베타가 타우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가설은 기존 알츠하이머 이론들의 여러 모순점을 해결한다. 예를 들어, 세포 밖에서 형성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왜 세포 내 타우 단백질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단백질을 청소하는 뇌의 자가포식(autophagy) 시스템이 느려지는 현상과도 일치한다. 이 과정이 저하되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돼 타우와의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법 개발의 초점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단백질 덩어리 제거에서 벗어나, 아밀로이드 베타가 미세소관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막거나 세포의 단백질 제거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