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종양 내에서 쉽게 탈진하는 핵심 분자 경로가 밝혀져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가 특정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T세포의 기능을 영구적으로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유레카얼러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T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기능 이상을 일으키면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좀'의 활동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방출된 조절 물질 '헴'(heme)이 신호 역할을 한다. 헴은 세포핵으로 이동해 T세포의 활성을 유지하는 전사 인자 'Bach2'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Bach2가 붕괴하면 T세포 탈진을 유도하는 핵심 조절 인자인 'Blimp1'의 억제가 풀리면서 T세포는 영구적인 기능 저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연구팀은 이 경로가 치료적으로 조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제조 과정에서 프로테아좀 억제제인 '보르테조밉'을 저용량으로 처리하자 T세포의 탈진이 줄고 기억 T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재프로그래밍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발견은 실제 환자 데이터로도 뒷받침됐다. 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B-ALL) 환자에게서 채취한 CAR-T 세포의 프로테아좀 활성이 높을수록 치료 결과가 나빴다.
연구를 이끈 핑치호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가 영구적인 T세포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신호 스위치를 발견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제1 저자인 Y. 쉬 연구원은 "조절 물질 헴이 신호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발견이며, 이는 우리에게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T세포 탈진이 단순히 만성적인 항원 자극의 결과가 아니라, 조절되지 않는 대사 신호 회로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이는 CAR-T와 같은 입양 세포 치료법의 지속성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