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체 간 정전기 발생 시 전하의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표면에 부착된 탄소 분자라는 사실이 수십 년 만에 밝혀졌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ISTA)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유레카얼러트가 보도했다.
같은 물질로 이뤄진 두 고체 입자가 충돌할 때 왜 특정 방향으로만 전하가 흐르는지는 오랜 과학적 난제였다. 이는 사하라 사막의 먼지 폭풍, 화산 번개, 원시 행성계 원반 등 자연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고체 물질 중 하나인 실리카(이산화규소) 입자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음파를 이용해 입자를 공중에 띄우고 같은 재질의 판에 튕겨 접촉 전후의 전하량을 정밀 측정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실험 결과, 일부 샘플은 지속해서 양전하를, 다른 샘플은 음전하를 띠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표면 특성이 무작위로 분포하거나 수분 흡착이 원인일 것이라는 기존 가설들을 검증했으나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결정적 단서는 샘플을 고온으로 가열했을 때 나타났다. 열처리를 거친 샘플들은 접촉 후 일관되게 음전하를 띠었다. 연구팀은 고온에 강한 실리카 자체의 변화가 아닌, 표면에 흡착된 분자가 제거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표면 성분 분석을 통해 열처리나 플라스마 처리가 샘플 표면의 탄소 화합물 코팅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거된 탄소 코팅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기 중에서 다시 형성됐고, 전하를 띠는 경향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스콧 와이투카이티스 ISTA 조교수는 "오랫동안 수분 역할에만 집중하느라 잘못된 길을 갔다"며 "기존 유력 이론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탓에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이 실리카 외 다른 절연성 산화물에도 적용됨을 확인했다. 자연 상태에서 양전하를 띠는 물질의 표면 탄소만 제거하자, 음전하를 띠던 물질과 접촉 시 오히려 음전하를 띠는 등 기존의 대전 서열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지구에서 화산 번개 에너지가 아미노산 합성을 촉발했을 수 있다는 '생명 기원설'이나 행성 형성 과정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