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유해 성분을 특정 박테리아 한 종이 아닌 여러 종의 '협업'을 통해 분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Helmholtz Centre for Environmental Research)의 크리스티안 에벌라인 박사 연구팀은 여러 박테리아로 구성된 군집이 플라스틱 가소제인 프탈레이트 에스테르(PAE)를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실 생물반응기 튜브에서 자라는 생물막(biofilm)을 채취해 배양했다. 이 군집에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첨가물인 디에틸프탈레이트(DEP)를 공급하자, 30도의 환경에서 24시간 안에 모든 DEP를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 군집은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 박테리아 2종과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미크로박테리움(Microbacterium) 속 박테리아 1종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어떤 종도 단독으로는 DEP를 분해하지 못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분해 과정은 '교차 섭식'(cross-feeding)이라는 협력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크로박테리움 박테리아가 DEP를 더 작은 분자로 분해하면, 슈도모나스 박테리아들이 이를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구조다.

에벌라인 박사는 성명을 통해 "여러 박테리아 균주의 협력 활동을 통해 다양한 프탈레이트 에스테르가 분해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 군집이 다른 종류의 PAE도 분해할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이 박테리아 군집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주요 플라스틱 자체를 분해하지는 못한다. 또한 DEP 농도가 리터당 1g에 가까워지면 박테리아가 사멸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의 헤르만 하이피퍼 박사는 "다음 단계는 실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폐수 샘플에서 성능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오염된 환경에 이 박테리아를 투입하는 '생물학적 정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