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오만산 원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제 유가 지표에 가려진 수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폐쇄되면서 오만산 원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173.24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고점마저 넘어선 수치다.
두바이유 가격 역시 폭등했으며, 오만산 원유는 지난 17일에도 배럴당 154달러에 육박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시장에서 차단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특정 유종의 가격 폭등은 브렌트유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주요 유가 지표와는 다른 양상이다. 브렌트유는 전쟁 초기 배럴당 120달러 가까이 올랐다가 현재 100달러 선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FT는 이러한 가격 불일치가 시장의 왜곡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재 브렌트유와 WTI 선물 계약은 각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예상되는 5월 인도분으로, 당장의 물리적 공급 부족 사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수출되는 오만산 원유 등은 아시아 정유사들의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유 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의 데이비드 파이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순전한 물리적 희소성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한다"며 "물리적 공급 부족이 아시아 시장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미 수요 파괴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이어 "오만산과 두바이유 가격 폭등은 브렌트유 등 주요 유가 지표의 선행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적인 유가 급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