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연료를 실은 선박들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향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상정보업체들을 인용해 러시아산 유류를 실은 선박 2척이 이르면 다음 주 쿠바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쿠바는 지난 1월 이후 유류 공급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해상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홍콩 선적의 '시호스'호는 러시아산 가스 약 2만7000톤을 싣고 있으며 오는 23일 쿠바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선적의 '아나톨리 콜로드킨'호는 원유 약 10만톤(약 72만5000배럴)을 싣고 4월 4일 도착할 전망이다.

이번 유류 수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쿠바를 어떤 형태로든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우호적 인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7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국이 쿠바의 헌정 질서를 무력으로 전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어떤 외부 침략자도 뚫을 수 없는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17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쿠바 정부와 형제적인 쿠바 국민에 대한 변함없는 연대를 재확인한다"고 밝혀 쿠바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바는 지난 16일 국가 전력망 전체가 붕괴하며 전국적인 대정전 사태를 겪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있다. 쿠바의 마지막 유류 수송은 지난 1월 9일 멕시코로부터 받은 것이 마지막이었으며, 미국의 압력으로 이마저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우방이었던 베네수엘라로부터의 공급 역시 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된 이후 끊긴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쿠바는 자국 석유 수요의 약 40%만 자체 생산하며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에너지 부족으로 병원 수술이 취소되고 식량 배급과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