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면서 각국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화석연료 의존도 낮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막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사상 최악의 에너지 공급 차질로 규정했으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사태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2020년대 들어 세 번째 맞는 국제 에너지 위기다. 제프리 파이엇 전 국무부 에너지자원 담당 차관보는 "에너지 안보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했던 적은 없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은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지난 25년간 원전 비중을 줄인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EU는 혁신적 원자력 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위해 2억 유로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만은 지난 5월 가동을 멈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카타르산 LNG가 전체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만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멈춘 원자로의 재가동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대만,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은 중동 외 다른 국가와 장기 계약을 맺거나 현물 시장 구매를 늘리는 등 공급선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자국 공급보다 유가 안정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이 주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허용하는 등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한편 중국은 이번 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중국은 신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이며, 전력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 국영 정유사 시노펙은 정제 처리량을 10% 줄이고 내수 부족을 막기 위해 연료 수출을 금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