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의 주요 표적인 단백질이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잭슨 연구소(JAX)는 학술지 '셀 리포츠'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면역억제 항암제의 표적인 'PD-L1' 단백질이 면역력이 저하된 쥐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세포를 제거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PD-L1의 역할에 대한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결과다. PD-L1은 본래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에서는 PD-L1의 기능을 차단해 면역체계가 종양을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연구를 이끈 실케 파우스트 JAX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암 치료에 사용되는 경로가 감염병에도 정반대 방식으로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암 치료에서는 PD-L1을 차단하지만, 독감에서는 이를 강화해 숙주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T세포와 B세포가 없어 선천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 세포에 의존하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신속하게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독감에 감염된 쥐의 폐에 있는 NK세포에서 PD-L1이 다량 생성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이 PD-L1을 활성화하는 항체를 투여하자, 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났으며 NK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세포 파괴 능력이 향상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폐 손상과 같은 유해한 염증 반응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PD-L1 신호가 NK세포 내에서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분자인 'TRAIL'의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의 인체 폐 조직 및 혈액 샘플 분석에서도 폐 NK세포에서 PD-L1과 TRAIL의 발현이 유사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감염병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차세대 항암 면역 요법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우스트 교수는 "PD-L1의 역할이 어떤 세포에 존재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면역관문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