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지원한 후보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업계가 공화당 및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계됐다는 '꼬리표'가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 줄리아나 스트래튼 현 부지사가 승리했다. 스트래튼 부지사는 친가상자산 성향의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을 꺾었다.
가상자산 업계를 대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페어셰이크' 등은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을 지지하며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시카고선타임스는 페어셰이크가 쓴 돈만 800만달러(약 115억원)가 넘는다고 추산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규제를 담은 '지니어스 법안'을 강력히 지지하는 등 친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가상자산 옹호 단체 '스탠드 위드 크립토'로부터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스트래튼 후보 측은 선거 막판 가상자산 업계의 자금 지원을 문제 삼았다. 스트래튼 후보는 지난 3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이 "트럼프와 연계된 동맹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 가상자산 큰손들이 나를 막기 위해 700만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일리노이 주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페어셰이크의 주요 기부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페어셰이크 지출의 약 62%가 공화당 후보 지원 및 민주당 후보 반대에 사용됐다.
이러한 공화당과의 연계성은 민주당 경선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민주당 유권자의 47%는 가상자산 기술 성장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는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시험대로 여겨졌다. 가상자산 회의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경선이 "그들(가상자산 업계)이 원하는 후보를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캠페인리걸센터의 소라브 고시 국장은 "이러한 종류의 영향력 매수는 결국 민주적 절차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막대한 자금력이 향후 선거에 미칠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