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 행정부가 추진해온 소아 백신 정책 변경과 반(反)백신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연방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17일(현지시간) IFL사이언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법원의 머피 판사는 보건복지부(HHS)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들의 임명을 막고 이들이 내린 모든 결정을 중단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7개 의료 협회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머피 판사는 4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비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관련 과학계 내에서 '공정하게 균형 잡힌 관점'을 구현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RFK Jr. 장관이 임명한 위원 중 최소 6명은 백신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자문위가 '공정하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자문위원회법(FACA)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RFK Jr. 장관이 자문위 의견 없이 지난 1월 단행한 소아 예방접종 일정 개편은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한 행정권 남용이라고 결정했다.
앞서 RFK Jr. 장관은 취임 직후 기존 ACIP 전문가 17명을 모두 해임했다. 이후 백신 회의론자 및 의료 음모론자들을 포함한 8명의 인사를 새로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 혼합 백신을 분리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신생아 B형 간염 백신 접종 권고 수준을 낮추는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정책들을 추진했다.
소송을 제기한 미국소아과학회(AAP)의 앤드루 P. 러신 회장은 "이번 판결은 미국 전역의 어린이와 가족, 소아과 의사들에게 역사적이고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내과의사협회(ACP) 제이슨 M. 골드먼 회장 역시 "백신 정책은 정치가 아닌 과학에 기반해야 함을 재확인한 공중 보건의 승리"라는 입장을 냈다.
한편 HHS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공중 보건 옹호 단체들은 HHS가 항소하더라도 RFK Jr. 장관의 반과학적 행보를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