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 요구가 일본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위협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중국, 프랑스, 한국, 영국 등이 군함을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오는 목요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적 기여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으며 현재로서는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6일 "일본 관련 선박과 선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일본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재차 파병 요청을 받을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일본이 파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 제9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 사용을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동맹국이 공격받는 위기 상황 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길은 열렸다. 하지만 자국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정부가 인정해야 하는 등 파병 문턱은 여전히 높다.

다카이치 행정부는 현재 이란 위기를 '생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의 적법성 여부도 일본 정부의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게는 군사적 파병 외에 다른 선택지도 있다. 해상보안 작전의 일환으로 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일본 국적 선박 보호에만 한정된다. 또는 2019년처럼 분쟁 해역을 피해 주변 해역에서 정보 수집 임무만 수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헌법 개정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NHK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헌법 9조 개정 찬성은 34%로 반대(28%)를 앞질렀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 이란 사태에 대한 반전 여론은 압도적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주말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군사 협력 합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