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위기에 영국 정부가 가계 지원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영국 내 도매가스 가격이 60% 급등하면서 오는 7월부터 가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과거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영국 정부가 쏟아부었던 대규모 보편 지원책의 재현을 피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온 고민이다. 당시 정부는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약 350억파운드(약 50조4000억원)를 투입했으나, 이는 막대한 재정적 후유증을 남기고 에너지 절약 유인을 떨어뜨린 '정책 실패'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전방위적 지원 대신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선별 지원'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싱크탱크 레졸루션 재단은 저소득층이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가스 단가를 할인해주는 '사회적 요금제'를 제안했다. 이 방안에는 연간 약 37억5000만파운드(약 5조4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대안들도 거론된다. 우파 성향의 리폼 UK당은 에너지 요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 환경 부담금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 '레이버 투게더'는 한시적 소득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요금 인상을 전면 동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지원책이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계의 에너지 절약과 가스 의존도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연구혁신 기관 네스타(Nesta)는 가스 요금에 상한선과 하한선을 동시에 설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격이 상한선을 넘으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세금을 부과해 위기 시 지원 재원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다.

한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원자력 발전 확대와 태양광 패널 보급 등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적인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FT는 영국이 히트펌프 도입이나 주택 단열 개선 등 기본적인 에너지 효율화 조치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