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는 예상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분쟁을 조기에 끝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에마뉘엘 카우는 WSJ에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장기적인 충격과 스태그플레이션 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견해에 상당히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과거 분쟁에서 주식을 성급하게 매도했던 경험을 통해 학습 효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카우 책임자는 유가가 30% 상승할 경우 통상 주식시장은 10~15% 하락하지만,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은 약 4% 하락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석유 공급 충격 때와 비교해 위험 회피 심리가 약하다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자 긴장 완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고유가가 그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분쟁 결과를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을 수 있다"며 상황이 호전되기 전에 악화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이유로는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이 꼽혔다. 이로 인해 미국 달러와 함께 미국 시장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증시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WSJ의 닉 티미라오스 수석 경제 전문기자는 연준이 이번 사태로 인해 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데자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금리 인하 신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