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실상 봉쇄했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특정 선박의 통과를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정황이 포착돼 사실상 해협 통제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 '카라치'호는 지난 일요일 이란의 라라크섬과 케슘섬 사이 좁은 해로를 통해 오만만으로 빠져나갔다. 이란 항구에 기항했던 다른 벌크선 2척도 월요일 같은 항로를 이용했다.
이 항로는 통상적인 항로가 아닌 이란 연안에 바짝 붙어 있어 이란의 암묵적인 승인이나 유도 없이는 통행하기 어려운 곳이다. 앞서 인도 국적 유조선 2척과 감비아 국적 화물선 등도 이란 연안 인근에서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약 2주 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이 해협 인근 선박들을 공격하며 물길을 막아선 가운데 나왔다. 이로 인해 페르시아만에 선박들이 갇히고 유조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전례 없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인도와 터키 등 일부 국가는 자국 선박의 안전 통과를 위해 이란 측과 물밑 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우호적인 국가의 선박에만 특정 항로 통과를 허용하며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해리슨 프레타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국장은 "이란 당국이 통제하기 쉬운 지역을 이용해 특정 선박의 통행을 승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으로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통과는 이란과의 정치적 합의에 점점 더 의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새 항로는 이란 제재 문제로 서방 보험사들의 보험 적용이 어렵고 무역 금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현재 통과하는 선박의 수는 정상적인 교통량에 크게 못 미쳐 에너지 공급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