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 수색·구조에 투입됐던 '사이보그 바퀴벌레'가 노후화된 지하 배관을 점검하는 임무에 활용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연구팀은 원격 조종이 가능한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노후 배관 점검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마다가스카르 휘파람 바퀴벌레의 등에 소형 회로 기판과 배터리 등이 포함된 '로봇 배낭'을 부착했다. 이 장치는 바퀴벌레의 신경계에 미세한 전기 신호를 보내 움직이는 방향을 제어한다.

이 기술은 10년 이상 개발돼 왔으며, 1년 전 3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미얀마 지진 현장에 처음 투입됐다. 당시 바퀴벌레들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하고 생존자 수색 임무를 수행했다.

연구를 이끄는 히로타카 사토 교수는 일본의 노후 인프라 문제에서 착안해 바퀴벌레의 새로운 임무를 구상했다. 그는 "일본에는 매우 오래된 인프라가 많다"며 "오래된 파이프라인을 점검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용도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프라 점검용으로 설계된 최신 모델은 바퀴벌레가 끄는 '바퀴 달린 플랫폼' 형태다. 기존 모델보다 큰 배터리와 조명, 카메라를 장착해 지하 배관의 손상이나 누수 지점을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로봇보다 곤충을 활용하는 것이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얻은 민첩성과 유연성 덕분에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치 부착 과정을 자동화해 1시간 걸리던 작업을 60초 남짓으로 단축,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사이보그 바퀴벌레는 싱가포르 교통 시스템의 지하 배관을 모니터링하는 작업에 처음 시범 투입될 예정이다. 사토 교수는 "많은 국가의 인프라가 노후화되고 있어 어디에서나 이 기술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사토 교수는 바퀴벌레들이 "오직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독일의 한 스타트업이 정찰 등 군사적 활용을 목적으로 바퀴벌레용 소형 장치를 개발한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