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마약 재활센터가 공습을 받아 4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전쟁 직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파키스탄의 공습으로 카불의 오미드 마약 재활시설에서 40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최근 몇 주간 카불을 강타한 세 번째 폭격이며, 지난 2월 말 양국 간 충돌이 시작된 이후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파키스탄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자국 내 테러를 조장하는 데 사용된 군사 시설에 대해 "정밀 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카불에 대한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은 외교적 해결책에 대한 파키스탄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중국의 휴전 중재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관리들은 탈레반이 자국 내 파키스탄 탈레반(TTP)과 발루치 분리주의 무장세력을 단속하겠다고 약속하기 전까지는 직접 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은 이들 단체가 2021년 이후 자국에서 400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탈레반은 자국 내 이들 단체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중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도해 온 외교적 중재 노력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파키스탄의 안보·경제 파트너인 중국은 아프간의 광물 자원 개발에 참여하며 탈레반과 관계를 강화해왔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FT에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 있어 중국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의 불안정이 신장 지역의 위구르 무장세력을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도는 탈레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선언하며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은 학살을 군사 작전으로 포장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카불 현지에서는 파키스탄에 대한 적개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 희생자 유족은 현지 매체에 "이슬람 토후국이 지하드(성전)를 선포하면 모든 아프간인들은 파키스탄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