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코카인 등 현대 약물 성분이 검출돼 불거졌던 '고대 문명 간 교류설'은 현대의 오염이나 과거 보존 처리 과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7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이 논란은 1992년 독일의 독성학자 스베틀라나 발라바노바 연구팀이 발표한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기원전 1070년부터 서기 395년 사이의 이집트 미라 9구의 조직, 머리카락, 뼈 등에서 코카인, 니코틴,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발견은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코카인과 담배(니코틴)의 원료가 되는 식물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보다 수천 년 앞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대서양을 횡단해 교역했다는 파격적인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발라바노바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고대 페루인들과 천 년 이상 해상 무역을 했다는 대담한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즉시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민족식물학자 조르지오 사모리니는 발라바노바의 연구가 정교한 분석 기법이나 대조군 설정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다른 연구팀들이 분석한 미라에서는 코카인이나 THC가 검출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코카인 양성 반응이 현대의 오염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외부 코카인에 쉽게 오염되며, 당시에는 유물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현대의 물질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니코틴의 경우 19세기 미라 보존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당시 박물관 등에서는 벌레를 막기 위해 미라에 담뱃가루나 제충국 성분을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약물을 체내에서 대사할 때 생기는 물질인 '코티닌'이 미라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대마초 성분인 THC는 논란이 비교적 적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방광염이나 안구 통증 치료 등 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연구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발라바노바 연구팀의 실험 과정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