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에 특정 선박만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운영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 '카라치'호가 최근 이란의 라라크섬과 케شم섬 사이 좁은 해협을 통과해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갔다. 이 항로는 이란 연안에 바짝 붙어 있어 기존의 주요 항로와는 다르다.

이란 항구에 기항했던 벌크선 2척과 인도 국적 유조선 2척 등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란이 우호적인 선박에 한해 선별적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해리슨 프레타트 부국장은 이란이 새로운 교통 통제 시스템을 부과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기존 항로의 선박을 공격하면서 우호적인 선박에는 안전한 대체 항로를 제공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선박들을 공격하며 주요 해상 무역로를 거의 폐쇄한 가운데 나왔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과 가격 급등이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도와 튀르키예 등 일부 국가는 이란에 안전한 통행을 요청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은 이번 운항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EOS 리스크 그룹의 마틴 켈리 자문 책임자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검증 절차를 시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에 근접하는 새 항로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보험 처리가 어렵고 금융 지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프레타트 부국장은 "소수 선박의 통과가 이 지역의 정상적인 교통량이나 에너지 흐름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