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 구상이 동맹국들의 회의적인 반응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를 구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호위하는 방안을 동맹국들에 제안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하지만 이란의 산발적인 선박 공격과 기뢰 위협으로 통행량이 급감하며 사실상 이란이 통제권을 쥔 상황이다.

이에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군함 파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수의 군함을 추가 파견하는 것이 이란의 비대칭 위협(기뢰, 고속정, 잠수함, 드론 등)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영국은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현 상황에서는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해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직 백악관 관리인 밥 맥널리 라피단 에너지그룹 대표는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수 주가 걸릴 수 있다"며 "이란의 비대칭 능력이 무력화될 때까지 상선이나 호위함을 투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전쟁은 3주째 이어지며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약 40%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해협의 지리적 특성도 군사 작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48㎞에 불과해 모든 선박이 미사일과 드론의 사정권에 쉽게 노출된다.

전직 미 해군 장교인 존 브래드포드는 "선박이 군함의 무기 방어 구역 내에 있어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며 "좁은 수로를 통과할 때 호위함 한 척당 보호할 수 있는 선박의 수가 제한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