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유업계가 원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사들은 중동을 벗어나 미국, 아프리카, 북해 등에서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높은 프리미엄까지 감수하며 공급 물량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페르시아만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는 이번 공급망 교란에 가장 크게 노출됐다. 중국, 한국, 인도, 태국 등의 정유사들은 최근 인도 시기가 빠른 물량을 중심으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GS칼텍스는 6월 도착분 미국산 원유 약 400만배럴을 구매했다. 중국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의 자회사인 유니펙은 지난주 서아프리카산 원유 최소 600만배럴을 사들였다.

인도의 힌두스탄석유는 4월 선적분 긴급 구매 입찰에 나섰다. 태국의 한 정유사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북해산 포티스 원유 약 70만배럴을 구매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베트남 역시 앙골라에 원유와 가스 지원을 요청하고, 일본과 한국에 운송 지원을 부탁하는 등 공급선 다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장 거래 양상도 변했다. 정유사들은 현물 시장 참여보다 공급 물량을 우선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확보한 물량은 시장에 다시 내놓지 않고 자국으로 즉시 들여오는 추세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파르타의 준 고 선임 분석가는 "많은 아시아 정유 시설이 중동산 중질유·고유황유 처리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서양 유역의 경질유·저유황유는 정제 마진이 계속 치솟더라도 중동산 원유를 직접 대체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