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며 미국과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이란 군사 작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날 밤 "우리는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이날 "간단한 대답은 '아니오'"라고 밝혔다.
이러한 유럽의 강경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운항 재개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답변이 올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과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메르츠 총리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의 주요 군사 파트너인 폴란드와 그리스도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리는 나토 내에서 다른 임무가 있으며, 동맹국들도 이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프랑스는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거나 자유롭게 하기 위한 작전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잇따른 거부 선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반응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나토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그런 적이 없었다"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적었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략 수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 나토, 무역 협상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며 그를 달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얻을 것이 거의 없고 잃을 것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란과의 분쟁이 대규모 난민 사태를 유발하고, 10년 전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던 테러 공격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유럽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위기의 경제적 파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과 산업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