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충전 속도 경쟁에서는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충전 분석업체 페런(Paren)의 최신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급속 충전 시간이 20~40분 이상 걸리는 반면, 중국에서는 주유 시간과 비슷한 수 분 내에 충전이 가능한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는 이달 초 자사의 최신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5분 만에 7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9분이면 거의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이 회사의 '플래시' 충전 시스템은 최대 1500킬로와트(kW)의 속도를 낸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른 충전 속도를 가진 차량은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그래비티'로, 최대 400kW 수준이다. BMW의 신형 'iX3' 역시 비슷한 속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BYD 최신 기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로버트 바로사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미국에는 그 정도의 고출력을 수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충전 인프라는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페런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공공 급속 충전소는 약 87% 증가했다. 300kW 이상 속도를 내는 충전소도 지난해 약 2만1000곳으로 늘었다.

이에 발맞춰 미국 충전 업체들도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다. 충전업체 이브이고(EVgo)는 자사 네트워크 대부분이 350kW급 충전기이며, 일부 전기차는 15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북미와 유럽에 600kW급 충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와중에도 충전 업체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브이고는 2025년 연간 충전 매출이 2억1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고 밝혔다.

키퍼 M. 레너 이브이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6년 전기차 판매가 보합세를 유지하더라도 최소 120만대의 신규 전기차가 도로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