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만능 집사'로 변신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산 관리를 넘어 개인 전용기 예약, 여행 계획, 자녀의 혼전 계약서 자문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리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약 100조달러(약 14경4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가 대물림' 과정에서 차세대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리서치 회사 서룰리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 대상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사 비율은 2024년 35%에서 지난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증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는 지난해 9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주택 관리 인력 채용, 청구서 납부, 미술품 가치 평가, 개인 항공편 예약 등을 지원하는 외부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준다. JP모건은 내부적으로 세무·상속 전문 변호사, 가족 경영 전문가, 심지어 이혼 및 혼전 계약 자문을 위한 결혼 상담사까지 두고 있다.

윌리엄 싱클레어 JP모건 패밀리오피스 부문 공동대표는 "억만장자들도 할인을 좋아한다"며 고객들이 제휴 업체를 통해 할인이나 더 나은 조건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드워드 존스는 최근 1000만달러(약 144억원) 이상 자산가를 위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 소속 애슐리 애그뉴는 과거 자산관리사 시절 빈티지 시계 수리, 화초 물주기, 심지어 고객 반려견의 건강 문제로도 가장 먼저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헌팅턴 은행의 대니얼 그리피스 자산전략 이사는 "마이애미로 날아가자마자 식료품점에 가는 것을 원하는 고객은 없다"며 별장 냉장고를 채워두거나 시가 보관함을 관리하는 부동산 관리인과 고객을 연결해준다고 밝혔다.

이러한 컨시어지 서비스는 금융사의 직접적인 수익원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베인앤드컴퍼니의 마르쿠스 하벨은 "이 서비스들은 즉각적인 상품을 넘어 정서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JP모건이 2022년 인수한 여행사 '밸러리 윌슨 트래블'은 한 가족의 스코틀랜드 골프 여행과 아일랜드 매사냥 체험이 포함된 2주 반짜리 휴가를 기획했다. 또 다른 가족에게는 자연 서식지에서 고릴라를 관찰하는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제공했다. 한 라이프스타일 컨시어지 업체에 따르면 여름철 이비사섬 휴가 비용은 10만달러(약 1억4400만원)를 쉽게 넘으며, 연간 휴가 예산이 80만달러(약 11억52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