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초대 총리 암살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93세의 벨기에 귀족이 사건 발생 65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 항소법원은 전날 에티엔 다비뇽(93) 백작에게 전쟁 범죄 혐의 등으로 재판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1961년 파트리스 루뭄바 당시 민주콩고 총리 암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벨기에인 1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루뭄바는 약 75년간의 벨기에 식민 통치 끝에 1960년 독립한 민주콩고의 초대 총리다. 그는 아프리카의 반식민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루뭄바는 1961년 1월 17일 카탕가에서 살해됐다. 지난 2001년 벨기에 의회 위원회는 이 암살에 벨기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벨기에 연방 검찰에 따르면 다비뇽은 제네바 협약상 보호 대상인 인물을 불법적으로 구금·이송한 전쟁 범죄, 전쟁 포로의 공정한 재판 권리를 박탈한 혐의 등을 받는다. 루뭄바에 대한 굴욕적이고 비하적인 대우에 가담한 혐의도 포함됐다.
다비뇽은 사건 당시 벨기에 외무부 아프리카 담당 부서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후 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루뭄바의 아들은 2011년 부친의 살해에 공모했다며 다비뇽을 포함한 벨기에인 10명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가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유족 측은 법원 결정에 대해 "역사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심판의 시작"이라며 "늦었지만 파트리스 에머리 루뭄바의 생명을 앗아간 결정의 무게를 인정한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법원에 요구하는 것은 진실이 공개적으로 기록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은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