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분쟁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중국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며 '페트로달러' 체제에 도전하고 나섰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크립토폴리탄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세계 금융 권력 지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및 핵시설 공습 이후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브렌트유)는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한때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32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창설 50년 만에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 방출에 합의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분석가들은 이란의 조치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고 달러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중국을 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적국 선박에만 닫혀있다"며 선별적 통과를 공식화했다.

실제로 해협 봉쇄에도 이란은 분쟁 시작 후 약 1200만~13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하루 약 100만 배럴 규모로, 대부분 중국으로 향했다. 인도와 튀르키예, 중국 국적 선박들도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란의 제안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 아누지 굽타는 "석유 거래에서 달러가 위안화로 전환되면 달러 가치 급락과 인플레이션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촉발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미트 고엘 PACE 360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란이 "단 한 발의 탄약도 사용하지 않고" 달러를 공격함으로써 미국 행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유가 상승발 인플레이션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잡한 해운망을 통해 화물이 실제로 위안화로 결제되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섣부른 움직임이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IEA는 3월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결제 통화는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의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