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의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가스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아테네에서 열린 블룸버그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가 유럽 에너지 시스템의 주변부에서 남동부 유럽의 핵심 주체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발칸반도와 동부 지중해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핵심 LNG 도입 창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스 국영 가스운영사 데스파(Desfa SA)는 정부 지원 아래 '수직 가스 회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그리스의 가스망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과 연결해 역내 수송 능력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그리스 북부에 새로운 압축기 스테이션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LNG 수입을 늘리고 인접 시장으로의 수출 능력도 증대시켰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러한 설비 확충 덕분에 심각한 압박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미국과의 지정학적 관계를 묶어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그리스의 최대 LNG 공급국이었다. 수입량은 26.56테라와트시(TWh)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전체 물량의 86% 이상을 차지했다.

안드레아스 시아미시스 헬레니크 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지역에서 LNG 사용이 속도를 내며 공급 비중이 커지고 있고, 그리스가 허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리스에 세 번째 LNG 수입 시설을 위한 공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현재 아테네 인근 레비투사 터미널과 알렉산드루폴리스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를 운영 중이다. 헬레니크 에너지는 테살로니키에 추가 FSRU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스를 넘어 그리스가 유럽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맞춰 지역 에너지 허브로 자리매김할 더 큰 기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최근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용량 증가에 힘입어 전력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오아니스 카리다스 코펠루조스 그룹 재생에너지 부문 CEO는 이집트에서 친환경 전력을 들여오는 '그레지'(Gregy)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스가 유럽으로 재생에너지를 수입하고 전송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