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민간 스파이 업체가 야당 대표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비정부기구 '3월 8일 연구소' 소속 언론인과 활동가들은 이스라엘 스파이 업체 '블랙 큐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22일 야네즈 얀샤 제1야당 대표를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항공편 기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슬로베니아 정보보안국은 블랙 큐브 관계자들의 입국 사실은 확인했으나 얀샤 대표와의 회동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얀샤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며, 블랙 큐브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의혹은 오는 일요일로 예정된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얀샤 대표는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그가 승리할 경우 슬로베니아의 중동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 정부를 이끄는 로베르트 골롭 총리의 자유운동당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등 친팔레스타인 노선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골롭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외국 정보기관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도 "독립 이후 슬로베니아에서 목격한 가장 큰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얀샤 대표는 골롭 총리가 자신의 측근 비리를 덮기 위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타샤 피르크 무사르 대통령은 "외부 행위자의 활동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블랙 큐브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출신들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2017년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위해 비밀 작전을 수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한 바 있다. 2022년 헝가리 총선 당시에도 야권 활동가 등을 상대로 몰래카메라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