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촉발한 산업 재편 우려로 부채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 기업 관련 대출을 할인된 가격에 매각하며 부채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복수의 담보부대출채권(CLO) 운용사와 신용업계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몇 주간 CLO 운용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과 잠재적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축소를 모색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2월 앤트로픽의 최신 AI 도구 공개 이후 기술 및 전문 서비스 산업 전반에 걸친 파괴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신디케이트 CLO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은 담보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 중 소프트웨어 단일 부문 비중은 약 12%로 가장 크다. JP모건은 AI 리스크에 노출된 미국 CLO 보유 자산 규모를 400억~1500억달러(약 57조6000억~216조원)로 추산했다.
짐 이건 모건스탠리 증권화 상품 리서치 공동대표는 "소프트웨어는 현재 매수보다 매도하려는 CLO 운용사가 더 많은 부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산업규제국(FINRA)의 채권거래보고엔진(TRACE) 데이터에 따르면 인튜이트, 데이포스, 시트릭스 등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출 및 채권은 2월 말과 3월 초 액면가의 89~98센트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들 자산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다만 모든 운용사가 투매에 나선 것은 아니다. 알 레메자 무디스 평가 담당 부상무는 "일부 운용사들이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지만, 현재 환경을 매수 기회로 보는 이들도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AI의 파괴적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튜이트 대변인은 로이터에 "10년 전부터 AI 중심 플랫폼 전략을 추진해왔다"며 "2026 회계연도 상반기 18%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I발 업계 우려로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2% 하락했다.
당분간 소프트웨어 대출에 대한 '저가 매수'가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이스 장 모건스탠리 미국 CLO 리서치 책임자는 "대부분의 CLO 커뮤니티는 개별 기업 수준에서 AI 리스크를 평가할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중"이라며 "전면적인 저가 매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올해 전 세계 CLO 대출 공급량이 작년보다 25% 감소한 약 15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리샤드 알루왈리아 JP모건 CLO 리서치 책임자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같은 소외된 부문의 부실 대출에 대한 CLO 운용사들의 선호도가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