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주가가 비만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이유로 HSBC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자 하락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는 일라이 릴리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축소'(매도 의견)로 낮췄다. 이는 월가에서 유일한 매도 등급이다. 목표주가 역시 월가 최저 수준인 850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라제시 쿠마르가 이끄는 HSBC 애널리스트팀은 보고서에서 "비만 시장 분석 결과, 제품 특징보다 가격이 시장 점유율의 더 큰 동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가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경쟁을 강화하면서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2032년까지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를 800억~120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1500억달러 이상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애널리스트들은 "릴리의 현재까지 실행력은 좋았지만, 회사의 낙관적인 전망에 기댄 주가에 돈을 지불하는 위험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현재 주가가 '완벽하게 책정됐다'(priced to perfection)고 덧붙였다.
HSBC는 지난해 4월에도 릴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강등했다가 4개월 만에 '보유'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릴리는 지난 10년간 '매도' 등급을 동시에 2개 이상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월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열풍에 힘입어 지난 4년간 주가가 3배 급등하며 최초의 시가총액 1조달러 제약사로 등극했다. 이르면 4월로 예상되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승인은 추가적인 주가 상승 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HSBC는 2026년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매출에 대한 월가 추정치 15억달러가 너무 높다고 봤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약물들에 대한 순응도와 지속성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일라이 릴리 주가는 장중 한때 3.1%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10% 이상 떨어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