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분쟁이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하며 보복에 나서자,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항이 거의 중단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 상황을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이에 IEA 회원국들은 비상 비축유 4억배럴 이상을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해상 및 육상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서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고 있으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오만만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끝에 위치한 푸자이라항이 드론 공격을 받아 이미 공급 차질을 겪었다. 미국은 해군 호위를 검토 중이나, 이달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선박 파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이 막히자 아시아 구매자들은 미국산 원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해상에 있는 화물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면서 인도 정유사들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 매입도 늘고 있다.
이번 사태는 LNG 시장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2위 LNG 생산국인 카타르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세계 최대 LNG 수출 시설인 라스라판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중동 LNG의 주요 구매처인 아시아 국가들이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확보하려 하면서 전 세계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다음 겨울을 앞두고 재고 비축이 시급한 유럽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유, 휘발유 등 정제유 가격도 급등하며 운송, 항공, 농업 등 전반적인 산업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정치적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