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겪는 등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외 거주 자국민의 본국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쿠바 국영매체 그란마를 인용해 쿠바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 대외무역·외국인투자부 장관은 해외 거주 쿠바인들이 자국 내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새 법안에 따라 투자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 설립도 가능해진다. 페레스-올리바 장관은 "쿠바의 문은 해외에 거주하는 쿠바인 투자자들에게 열려 있다"며 정부의 우선순위는 농업 분야 투자 유치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쿠바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나왔다. 쿠바는 최근 1년 새 최소 6번째 전국적인 정전을 겪었으며, 17일 오전에야 수도 아바나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전력망이 복구됐다.
쿠바의 에너지 인프라는 연료 부족과 노후 발전소 고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오랜 경제 봉쇄로 에너지 인프라를 제대로 유지·보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쿠바를 해방시키고 차지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양국 간 대화가 진행 중인 사실이 지난주 처음 확인됐으나,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쿠바는 대화 의사는 있지만 경제와 정치 체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국가가 경제 주체인 쿠바에서 이번 조치가 얼마나 많은 신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시행 규정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