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외환시장의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을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루 거래량이 9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식과 채권 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캐리 트레이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리아 트라우브 로드 애벗 앤 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외환 캐리 트레이드가 잘 버티는 주된 이유는 원자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더 많이 노출된 일본 등에서 엔화를 빌려 유가 랠리의 수혜를 보는 산유국 경제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화를 차입해 브라질 헤알화, 콜롬비아 페소화, 터키 리라화 바스켓에 투자하는 전략은 이란 공격 시작 후 2% 이상, 올해 들어서는 6%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다.
브라질은 캐리 트레이더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로 꼽힌다. 기준금리가 15%에 달하고 최근 몇 년간 석유 생산량과 수출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전략가는 "분쟁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산유국 통화를 매수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이 특히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엔화의 약세도 캐리 트레이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는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엔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조달 통화로 남아있다.
다만 전쟁의 지속 기간이 캐리 트레이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전쟁이 격화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 엔화 가치가 급등해 수익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누렐딘 알 함무리 이퀴티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기 위해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 엔화 가치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지난주 신흥시장 캐리 포지션 추천을 모두 마감했다. 신흥시장은 전쟁 관련 뉴스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