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송관을 수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중부 유럽으로 운송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수리를 위한 EU의 기술 및 자금 지원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900억 유로(약 129조6000억원) 규모의 EU 대출금 지원을 막아선 데 따른 것이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지난 1월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돼 가동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복구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현장 실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이유로 수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갈등을 선거 운동의 중심에 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유럽 국가들이 "협박"하고 있다며 송유관 복원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입장을 바꿔 "한 달 반 안에 송유관 가동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제안을 환영하고 수락했다"며 "유럽 전문가들을 즉시 파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는 오는 목요일 정상회의 전까지 대출금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송유관 수리에 동의하면서도,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막기 위해 2027년 말까지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