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아프가니스탄과의 분쟁이라는 이중고에 파키스탄 금융시장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달러 표시 채권은 3년 만에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유로본드는 지난 2월 말 아프간과 분쟁이 시작된 이후 5% 이상 하락했다. 이는 신흥국 국채 지수인 '블룸버그 EM 달러 종합 국채 지수'의 하락률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주식 시장도 약세장에 진입했다. 파키스탄 KSE-100 지수는 올해 1월 고점 대비 21% 이상 폭락했다. 파키스탄 국립증권예탁결제회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3억8300만달러(약 5515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런던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카르멘 알텐커치 글로벌 국채 및 신흥시장 부문장은 "군사적 충돌과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 충격이 파키스탄의 경제 전망에 타격을 주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논의가 난항을 겪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원유 수요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의 공습으로 병원에서 최소 4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파키스탄은 이를 부인했다.

IMF는 이란 전쟁이 파키스탄 경제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연장했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즈 은행의 아반티 세이브 아시아 신용 리서치 전략 책임자는 "IMF가 유가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경제 전망을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두바이 아르캄 캐피털의 압둘 카디르 후세인 채권 자산운용 대표는 채권 가격 약세를 이용해 투자에 나서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보다 이란 전선과 유가가 먼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몇 년간 IMF 프로그램에 따라 외환보유고를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리고 신규 세금을 부과하는 등 경제 안정을 위한 개혁을 단행해왔다. 아시아 프론티어 캐피털의 루치르 데사이 펀드매니저는 "파키스탄은 IMF가 설정한 경제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긴장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