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흡연율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으나, 예산 삭감으로 관련 정부 기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해당 통계가 민간 연구자에 의해 발표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의학 전문매체 스탯(STAT)에 따르면, 이스라엘 아가쿠 박사는 디지털 저널 'NEJM 에비던스'에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2024년 미국 성인 흡연율이 9.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의 10.8%에서 감소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데이터는 본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국민건강면접조사(NHIS)를 통해 수집됐지만, CDC는 이를 분석해 발표하지 않았다. CDC 내 흡연건강사무소(OSH)가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력이 대폭 줄어 사실상 기능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발표한 아가쿠 박사는 CDC 흡연건강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전염병학자로, 현재는 연구기술 회사 '카이스퀘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CDC가 데이터를 공개하고도 분석하지 않자 직접 분석에 나섰다고 밝혔다.
아가쿠 박사는 "방대한 데이터가 있었지만 아무도 분석하지 않았다"며 "공중 보건이 이대로 죽게 놔둬야 하는가"라고 스탯에 말했다. 그는 CDC의 학술지에 보고서 제출을 시도했으나, 흡연 관련 외부 기고를 검토할 내부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성인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7%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무연 담배 사용률은 2.6%였다. 전체 성인의 18.8%인 약 4800만명은 한 가지 이상의 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가쿠 박사는 "공중보건에서 10% 미만은 드문 사건으로 간주된다"며 이번 결과를 역사적 성과로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2500만명이 흡연 인구이며, 저학력층, 장애인, 농촌 지역 등 특정 집단에서 흡연율이 더 높은 불평등 문제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의 분석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되는 공신력과 파급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아가쿠 박사 역시 "누구나 보고서를 만들 수는 있지만, CDC가 가졌던 제도적 영향력과 존중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