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이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메신저 앱 텔레그램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최근 텔레그램 서비스 장애가 잇따르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전면 차단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크립토폴리탄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타간스키 법원은 텔레그램에 3500만루블(약 6억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법원은 텔레그램이 극단주의 활동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아 5건의 행정법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각 위반 사항에 대해 700만루블의 벌금이 부과됐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검찰은 2025년 말 미디어·통신 감독기구인 로스콤나드조르(RKN)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고, RKN은 텔레그램에 통보했으나 법정 기한 내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텔레그램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같은 법원은 금지된 정보 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에 1100만루블(약 1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혐의에는 주류·담배 판매, 개인정보 관련 게시물 미삭제 등이 포함됐다.
이번 벌금 부과는 러시아 내 텔레그램 서비스 장애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접속 오류가 이어지면서 당국이 의도적으로 앱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인용해 지난 15일 장애 신고가 1만2000건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정부 승인 대체 메신저 '맥스'를 출시하는 등 텔레그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이를 두고 "러시아 정부가 시민들을 감시와 정치적 검열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 통제 앱으로 강제 전환시키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월 한 텔레그램 채널은 RKN이 4월 1일부터 텔레그램 접속을 전면 차단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RKN은 해당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RKN은 2018년에도 텔레그램 차단을 시도했으나 2020년 제한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