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외환 트레이더들이 극단적인 환율 변동에 대비한 위험 회피(헷지)에 나서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외환 트레이더들은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한 파생상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이는 표면적인 시장 지표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실제로 유로화의 1개월 변동성은 7.68%로 연고점보다 낮고, 1년 평균치인 7.09%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는 극단적인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데 사용되는 '버터플라이 옵션' 수요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로-달러 버터플라이 옵션 수요는 지난 3월 초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1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엔화 옵션 시장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된다.
트레이더들은 중동 분쟁이 격화돼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거나, 반대로 긴장이 완화돼 70달러 선으로 후퇴하는 양극단의 시나리오에 모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체적인 변동성이 통제되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스케 은행 분석가들은 이번 유가 급등이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스케 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인 2022년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파급 효과가 더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옵션과 약세에 베팅하는 옵션 간 수요 차이를 보여주는 '달러 변동성 스큐'는 최근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변동성 위험에 대비하면서도 방향성 베팅에서는 달러 강세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