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적 기후 정책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환경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는 ETS의 일시 중단을 요구했지만, 덴마크와 스페인 등은 제도를 옹호하며 맞섰다.

2005년 시작된 ETS는 발전소, 제조업 등 1만개 이상 시설에 탄소 배출 상한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화석연료 발전 비용을 높여 탈탄소화를 유도하지만,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기도 한다. EU 자료에 따르면 탄소 가격은 역내 전기요금의 약 11%를 차지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과도한 가격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공급을 조절하는 '시장안정화예비분(MSR)'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ETS 중단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바텐팔의 안나 보리 최고경영자(CEO)는 "ETS를 건드리지 말라"며 "규제 안정성은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핀란드, 스페인 등 5개국 정상들도 ETS 약화 시도는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러한 논의는 오는 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정상회의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및 가스 가격 불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에너지 거래업체 비톨 그룹은 위기 상황에 한해 MSR에서 예외적으로 배출권을 방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올해 들어 EU 탄소배출권 기준물 가격은 약 2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