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발발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기록적인 규모로 빠져나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JSE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주 비거주 투자자들이 남아공 국채 413억 랜드(약 3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주간 순매도 규모다.
이는 연초와는 완전히 상반된 흐름이다. 남아공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첫 두 달간 286억 랜드의 국채를 순매수했다. 당시 연립정부의 재정 전망 개선 등 경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남아공 중앙은행(SARB)의 물가 목표치(3%)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분쟁 발발 이후 남아공 10년물 국채 금리는 97bp(1bp=0.01%포인트) 급등한 9.1%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인베스코 자산운용의 아사드 바티 신흥시장 책임자는 "남아공은 순수 원유 수입국이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많은 투자자가 이익 실현에 나서면서 매도세가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의 채권 가격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브램실 인베스트먼트의 아리프 조시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뢰도 높은 중앙은행과 재정 건전화 노력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며 "이번 약세장에서 남아공 국채를 추가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주 국채 입찰 수요는 전주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발행 물량의 3.5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남아공 중앙은행은 이달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푼디 차바나 부총재는 지난주 블룸버그에 "시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심각한 기능 장애 발생 시 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고 오히려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인티원의 루엔 나이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남아공이 그 여파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