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약속했던 총 9000억달러(약 129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본격 이행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과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제한하는 대신 양국으로부터 총 9000억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았다. 양국 모두 미국과의 막대한 무역 흑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사온 만큼,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국 국회는 지난 12일 3500억달러(약 504조원) 규모의 투자 이행에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관세를 최대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투자액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에, 나머지 2000억달러는 에너지 협력 등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고, 20년 내 원금 회수가 어려울 시 수익 분배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일본은 총 5500억달러(약 792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오는 19일 방미를 앞두고 1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차로 미국 석유, 가스,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최대 360억달러를 투입한다.

일본의 투자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정부 기관이 주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천한 사업에 대해 일본이 사업성을 검토한 뒤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후 미국과 일본이 9대 1의 비율로 배분한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투자 약속액은 2025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달하며, 한국의 경우 GDP의 약 20%, 외환보유고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번 합의의 근거가 된 '상호주의 관세' 정책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결한 점은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 등 다른 수단을 검토 중이며, 한일 양국은 기존 합의 유지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