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 상거래 결제 시장의 패권을 두고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카드사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당초 AI 에이전트 간 거래에는 빠르고 저렴한 스테이블코인이 '킬러앱'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사기 방지 시스템과 사용자 보상 프로그램 등 기존 신용카드가 가진 강점이 부각되며 시장 판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비자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지능형 상거래'를 시험 중이며, 마스터카드의 '에이전트 페이'는 이미 미국 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블룸버그에 "AI 에이전트 상거래는 기존 강자들이 지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메타가 주도했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후에 디엠으로 변경)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루바일 버와드커 비자 글로벌 성장 책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AI 에이전트 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받는 관심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결제만 지원하던 스타트업들도 신용카드 및 은행 연동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한 스카이파이어는 최근 비자를 추가했으며 마스터카드 통합도 앞두고 있다.

아미르 사르항기 스카이파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측면에서는 당분간 신용카드가 계속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포인트 적립이나 구매 보호 같은 혜택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센트 미만의 소액 결제가 수만 건 발생하는 개발자 간 API 호출이나 국경을 넘나드는 에이전트 간 거래에서는 카드 수수료 구조가 비효율적이다. 이런 초소액·글로벌 결제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릭 레펠 코인베이스 개발자 플랫폼 책임자는 "소비자들이 5달러 미만 품목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고가 품목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AI 결제 시장은 어느 한쪽이 독식하기보다, 소비자가 접하는 전면에서는 신용카드가, 시스템 후면의 정산 과정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업계가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는 대신 그 이면의 기반 시설로 자리 잡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